지난 해 불법도박 규모가 81조 5,000억원에 달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3년 전과 비교해 10.5% 정도 늘어난 수준으로, 합법 사행 산업 규모가 22조4,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3.6배나 크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한국갤럽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2019년)’ 연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참여한 불법 도박 유경험자들의 지출액을 바탕으로 전체 규모를 추정 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도박 종류별 규모를 살펴보면 불법 스포츠도박이 20조5,106억원(25.2%)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PC방·성인오락장·릴게임·슬롯머신·파친코 등 불법 사행성게임장이 14조9,806억원(18.4%)으로 두 번째로 규모가 컸다. 또 불법 온라인 카지노가 10조6,250억원(13.0%), 소셜그래프·달팽이·파워볼 등 온라인 즉석·실시간 사행성게임이 8조1,591억원(10.0%)에 달했다. 이 밖에 ▲사설 카지노장 7조4,956억원(9.2%) ▲불법 경마 6조8,898억원(8.4%) ▲불법 웹보드 게임 5조3,770억원(6.6%) ▲불법 하우스도박 3조6,655억원(4.5%) ▲불법 경륜 2조3,761억원( 2.9%) ▲불법 경정 1조849억원(1.3%) ▲불법 소싸움 3,832억원(0.5%) 순으로 판돈이 컸다.
하우스도박, 불법 웹보드게임, 불법 경륜과 경정 등은 3년 전 조사 대비 불법 도박 규모가 줄어든 반면 온라인 카지노, 사설 카지노장, 사행성게임장, 스포츠도박, 온라인 사행성게임, 소싸움 등은 더 커졌다.
■커지는 온라인 불법 도박…54.5조원
사감위는 이번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과정에서 처음으로 불법 온라인 도박 규모를 별도로 추정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 20조5,106억원(37.7%)이 가장 컸고, 카지노, 즉석·실시간 사행성게임, 경마, 웹보드 게임, 경륜, 경정, 소싸움 순으로 검은 돈이 온라인에서 오고 간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불법 도박 규모는 전체 도박 규모의 66.8%에 달했다.
또 사감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최근 불법도박 시장에서 경쟁이 과열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체에만 수익이 몰리는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게다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조직을 다단계화하고 적발 될 경우 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박 수익을 일일 정산하는 등 운영 수법이 점점 고도화·치밀화 되고 있는 정황도 포착했다.
이밖에 온라인 불법도박이 활개를 치는 가운데 당첨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른바 ‘먹튀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하고, 다시 이를 피해 오프라인 도박장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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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거점 둔 온라인 도박…차단 어려워
사감위는 불법 온라인 도박의 경우 해외에서 운영되는 사례가 많은데다 고소자와 피해자도 잘 특정되지 않아 경찰 수사가 어려운 부분이 많은 만큼 ▲불법도박 회원모집에 대한 단속 및 처벌 ▲불법도박에 대한 불법수익 환수 ▲대포통장에 대한 단속 ▲불법도박조직의 내부 신고 유인 ▲청소년 대상 체계적 정책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감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가 경찰청 등 법 집행 기관에 불법도박 단속을 위한 기초 자료로 제공돼 (불법 도박 근절에) 기여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실태 조사는 총 7,934명(대국민 5,398명, 불법도박 경험자 2,5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는 3차 조사 당시 표본인 2,000명(대국민 1,700명, 불법도박 경험자 300명)보다 4배 정도 많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