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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작가, 감독, 배우의 조합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된 '눈물의 여왕'이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재벌 여성과 서민 남성의 역클리셰가 통한 것이다. "작가의 전작인 '사랑의 불시착'을 넘고 싶다"던 감독의 바람이 이루어질지 기대된다.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연출 장영우 김희원)은 퀸즈 그룹 재벌 3세,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 용두리 이장 아들,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김수현) 3년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다. 재벌과 서민이라는 신분 차이를 뛰어넘고 사랑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한 홍해인과 백현우. 그러나 이들 부부는 동상이몽 속에 살고 있다. 홍해인은 백화점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1조 클럽에 가입해 퀸즈 그룹을 상속받겠다는 야망에 휩싸여 일에만 몰두한다. 백현우는 처가의 각종 송사, 제사 등에 휘말려 눈칫밥을 먹기 일수다. 결국 백현우는 이혼을 결심하고, 이를 홍해인에게 말하려는 순간 홍해인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3개월만 버티면 이혼이 아닌 사별을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백현우는 홍해인을 살뜰히 챙기기 시작한다. 변화된 백현우의 모습에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홍해인. 이들 부부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환상의 드림팀이 뭉쳤다 = 작품은 화려한 작가, 감독, 배우의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이미 '눈물의 여왕'의 성공은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을 정도다. 박지은 작가는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사랑의 불시착' 등을 집필한 그야말로 스타작가다. 전작은 '사랑의 불시착'으로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전적을 갖고 있다. 연출을 맡은 두 감독도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장영우 감독은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 '불가살' 등을 연출했다. 김희원 감독도 '왕이 된 남자', '빈센조', '작은 아씨들'에서 깊이 있는 연출을 보여줬다. 배우 라인업도 화려하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수현과 김지원의 만남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완벽한 작가, 감독, 배우의 조합에 시청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5.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기준)로 출발한 작품은 2회에서는 8.7%를 기록하더니 3회는 9.6%를 찍어 10%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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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클리셰라면 환영이지 = 재벌과 서민의 사랑 이야기는 드라마의 클리셰 중 클리셰다. 신데렐라 스토리, 캔디 스토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은 소재다. 이를 앞세운 수많은 작품들은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다시 말하면 시청자들은 이미 재벌과 서민의 사랑 이야기를 볼 만큼 봤다는 뜻이다. 가벼운 로코, 스릴러, 정치, 격정 멜로까지 재벌과 서민의 사랑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눈물의 여왕'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남녀 성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앞선 작품들은 대부분 남성 재벌과 여성 서민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눈물의 여왕'은 여성 재벌과 남성 서민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여성 재벌과 남성 서민의 이야기가 그동안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작품은 처가살이로 몸살을 앓는 백현우의 모습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퀸즈가 제사 음식 장만에 동원된 사위들의 하소연, 제사 음식을 직접 준비했으나 제사 자체에서 배제된 모습은 과거 며느리들의 몫이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처가살이에 눈치를 보는 백현우의 모습 역시 남성 캐릭터로서는 낯설다. 또 냉철한 여성과 애교 있는 남성의 모습도 반전된 캐릭터의 매력이다. 익숙한 이야기 구조에 캐릭터 성별을 반전으로 준 것이다.
◇ 백현우의 마음은 무엇일까? = 다만 이해되지 않는 건 백현우의 마음이다. 3년간 남보다 못한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살 날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아내의 고백 앞에서 웃는 건 어렵다. 그러나 시한부를 고백한 아내 앞에서 백현우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간다. 이혼이 아닌 사별로 무사히 퀸즈 그룹을 탈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혼 후 퀸즈 그룹이 펼칠 보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나아가 남은 기간 동안 아내에게 헌신해 유언장을 고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생각도 한다. 유언의 내용은 물론 재산 상속이다. 로맨스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현실과 다른 낭만과 로맨스기 때문이다. 이는 다짜고짜 '사랑과 전쟁'이 등장한 것과 같다. 작품 초반이기에 아직 기대는 있다. 백현우가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깨닫고, 홍해인에게 진심으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사랑과 전쟁'에서 다시 로맨스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