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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밸류업지수’의 편입 종목이 공개되자마자 고무줄 기준에 대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편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SK하이닉스(000660) 등 일부 종목은 포함된 데 비해 파격적 주주 환원 대책을 제시한 KB금융(105560)·하나금융지주(086790) 등은 빠지는 등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업종에 따라 자기자본이익률(ROE)·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적용 기준 차이가 커 당초 취지와 달리 기존 지수들과의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5일 코리아 밸류업지수 100종목의 배당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2%를 밑도는 종목은 53개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배당성향 역시 20%를 하회한 비율이 54%였다. 밸류업지수 평균 PBR은 2.6배로 코스피200(2.0배)보다 높다. 주주 환원 의지가 높은 저평가주를 발굴해 지원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이다.
거래소는 밸류업지수 편입 종목 100개를 공개하면서 △시총 상위 400위 이내 △최근 2년 연속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실시 △PBR 순위가 전체 증시나 산업군의 50% 이내 △산업군 내 ROE 상위권 등의 지표를 평가 잣대로 삼았다. 수익성 부문에서는 최근 2년 연속 적자 기업 및 2년 합산 손익 적자 기업은 제외했다. 하지만 실제 개별 기업들 중에는 주주 환원 및 수익성과 거리가 먼 종목들도 다수 포진해있다.
가령 SK하이닉스는 2022~2023년 2년치 합산 920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편입 기준에 미달했지만 지수에 들어갔다. 반면 KB금융은 지난해 가장 큰 규모 및 높은 비율의 주주 환원을 시행하고 밸류업 공시를 전 기업 최초로 예고했음에도 PBR 순위 50% 이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제외됐다.
씨젠(096530)의 경우도 2021년 62.15%던 ROE가 지난해 말 0.06%로 급락했지만 지수에 포함됐다. 또 두산밥캣(241560)·고려아연(010130)·다우데이타(032190) 등은 경영권 분쟁 등의 이슈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거래소는 “원칙적인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해도 올해 실적과 시총 규모, 금융투자 업계 의견 등을 고려해 지수 편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상장지수펀드(ETF) 본부장은 “대표지수로서 활용성을 고려한 거래소의 고민을 이해한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취지를 제대로 못 살린 특색 없는 지수가 된 만큼 향후 꾸준한 정책적 지원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