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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은행 선물환포지션을 기존보다 50% 확대하고, 수출 기업들의 외화 대출 문턱을 낮춘다. 외화 유입 규제를 완화해 계엄·탄핵 정국이 촉발한 외환시장 불안에 대처하겠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20일 이같은 내용의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외화 유입 대비 유출 우위가 지속되는 수급 불균형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우선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상향한다. 현재 국내은행 50%,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250%로 돼 있는 한도를 각각 75%, 375%로 기존 대비 50%씩 확대한다.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은행들이 자기 자본 대비 거래할 수 있는 선물환 비율을 뜻한다. 특정일에 약정한 환율로 외환을 사고 파는 거래인 선물환의 비율이 올라가면 국내 외환시장에 외화자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정부가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을 확대하는 것은 4년 9개월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엔 선물환포지션 한도가 낮아 외화운용에 제약이 생긴 은행들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발생했다"며 “한도를 상향하면 외부에서 달러 등을 빌려오기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기업에 대한 외화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정부는 현재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시설 자금 용도로 달러·엔화 등 외화대출을 허용해주고 있다. 하지만 해당 대출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시설에 투자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정부는 내년 초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을 개정해 외환(수출대금) 유입이 예정돼 있는 수출 기업에겐 이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이 경우 외화 대출의 원화 환전 수요가 늘면서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생길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국내기관의 외화조달 여건도 개선한다. 국내 기관이나 상장사가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채권 상장시 편의를 개선해주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채권 상장의 30%이상이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서 이뤄졌다. 정부는 국내기관과 상장사가 이곳에 채권을 상장할 때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는 등 상장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높아진 시장 불안정성에 대응하고 외환시장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말 시행 예정인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내년 6월로 연장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엄격한 외화 유입 규제가 금융기관의 외화 운영 효율성을 제약하고 최근 사태로 외화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각 과제에 필요한 조치 사항들을 일정에 맞춰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