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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안할때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돼" 지금도 울림있는 SK 선대회장의 육성 내용은

고 최종현 선대회장 경영철학 담긴 '선경실록'
육성녹음 3530개 등 13만여 개 자료 발굴
사업보국 의지, 위기 극복 혜안 등 담겨

  • 유민환 기자
  • 2025-04-03 14:15:14
  • 기획·연재
'정치 불안할때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돼' 지금도 울림있는 SK 선대회장의 육성 내용은
1998년 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최종현(좌석 왼쪽 네번째) SK 선대회장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그는 그해 8월 별세했다. 고 이건희 SK그룹 선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제공=SK

“최근 정치 불안이 커서 '경제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라고 입에 올리고 내린다지?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최근 공개된 고 최종현 SK(034730)그룹 선대회장의 육성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울림을 준다. 최 선대회장은 1980년대 중반 임원급 신년 간담회에서 "별안간 예측도 못했던 중대한 정치 사안이 생겨도 우리나라는 수습이 빠르다"며 "가장 리얼리티를 걷는 우리 기업인들까지 불안 요소 때문에 괜히 들뜰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 것"이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1970∼1990년대 한국 경제 성장기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판단으로 유고 27년 만에 그의 육성 기록을 대거 내놓았다. 이른바 '선경실록'이다. 그룹 수장고 등에 보관해 온 자료를 발굴해 디지털로 변환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복원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약 5300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총 1만7620건, 13만1647점에 달한다. 최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만 오디오 테이프 3530개로 하루 8시간 연속 들어도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분량이다.



'정치 불안할때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돼' 지금도 울림있는 SK 선대회장의 육성 내용은
1994년 6월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서 최종현(왼쪽 다섯번째) SK 선대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SK

최 선대회장은 사업 실적·계획 보고, 구성원과의 간담회, 각종 회의와 행사 등을 녹음해 원본으로 남겼다. 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를 정립하고 전파하는 과정,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서 임직원과 토론하는 장면, 국내외 저명인사와의 대담 내용 등이 상세하게 보존됐다. SK측은 "최 선대회장은 기록을 남겨 그룹의 경영 철학과 기법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며 "이 같은 방침은 SK 고유의 기록 문화로 계승됐다"고 설명했다.


최 선대회장의 육성 녹음에는 사업보국에 대한 의지, 당시의 경제 상황, 크고 작은 위기를 돌파해 온 선대 경영인의 혜안이 고스란히 담겼다. 최 선대회장은 1982년 신입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인재라면 외국 사람도 쓰는 마당에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지연, 학연, 파벌을 형성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92년 임원들과 간담회에선 “R&D(연구개발)를 하는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며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성공 과정을 미리 예견한 듯 실질적인 연구를 주문한다. 또 같은 해 SKC(011790) 임원들과 회의에선 “플로피디스크(필름 소재의 데이터 저장장치)를 팔면 1달러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으면 가치가 20배가 된다”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정치 불안할때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돼' 지금도 울림있는 SK 선대회장의 육성 내용은
1996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대통령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SK

SK의 성장 과정도 최 선대회장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계경제 위기를 몰고 온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 당시 정부의 요청에 따라 최 선대회장이 중동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석유 공급에 대한 담판을 짓는 내용, 1992년 획득한 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할 때 좌절하는 구성원을 격려하는 상황 등이 녹취에 담겨있다. SK 관계자는 “최 선대회장의 경영 기록은 한국 역동기를 이끈 기업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보물과 같은 자료”라며 “양이 매우 많고 오래돼 복원이 쉽지 않았지만 첨단기술 등을 통해 품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라고 했다.


SK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자료를 그룹 고유의 철학인 SKMS와 수펙스추구 문화 확산 등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정치 불안할때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돼' 지금도 울림있는 SK 선대회장의 육성 내용은
1980년 12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인수 후 첫 출근하며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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