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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알리지 않고 수년간 호스텔을 운영하며 억대 수익을 올리고 직장 동료들의 은행 통장을 빌려 숙박비를 받으면서 탈세까지 한 직원에 대해 면직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이달 15일 롯데케미칼(011170)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 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에서 근무하던 A 씨는 2018년부터 회사 몰래 여수 시내에서 25개 객실 규모의 호스텔을 운영해왔다. A 씨는 근무시간 중에도 호스텔 예약을 받는 등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2022년 11월까지 약 9억 6000만 원의 순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탈세를 목적으로 직장 동료 9명의 은행 통장을 빌려 숙박비를 해당 통장을 통해 수령했다.
A 씨의 이러한 행위는 외부 신문고 제보를 통해 발각됐다. 이후 동료들의 통장을 빌린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약식기소돼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았다. 사측은 감사 과정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2023년 6월께 A 씨에게 겸직 금지 및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면직 처분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전남지노위는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A 씨의 신청을 인용했다. 이후 롯데케미칼이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는 같은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A 씨의 행위로 인해 사업장의 근무 기강과 질서가 심대하게 훼손됐고 이는 더 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롯데케미칼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겸직 금지 의무 위반은 근로계약상 가장 기본적 의무인 근로 제공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단순히 타인의 통장을 빌린 데 그치지 않고 호스텔 운영 수익에 대한 탈세 목적이 명확하므로 비록 벌금형이 선고됐더라도 그 불법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겸직 위반 행위가 외부 신문고 제보 통해 알려진 점에서 회사의 명예가 훼손됐고 다른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막기 위해서도 엄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