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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 동맹’을 맺었다. 양대 그룹은 오픈AI가 추진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는 연간 수십조 원 규모의 메모리반도체 공급처를 신규로 확보했고 오픈AI 역시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세우기 위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올트먼 CEO와 이날 오후 강남 서초사옥에서 만나 삼성과 오픈AI가 AI 산업 분야에서 협력하는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맺기로 협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과 오픈AI는 서초사옥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최 회장도 이날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올트먼 CEO를 만나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위한 LOI에 사인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과 SK, 오픈AI는 ‘AI 동맹’ 수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포괄적인 협력에 나선다. 우선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2029년까지 미국 전역에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70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공급한다.
AI 산업은 고도화될수록 추론과 학습을 위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오픈AI에 따르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는 웨이퍼 기준 한 달에 약 90만 장, 전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의 두 배가 넘은 양의 고성능 D램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연간 수십조 원(the multi-hundred-billion U.S. dollar range) 규모의 반도체를 신규로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나아가 삼성·SK와 AI 인프라 산업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AI 데이터 기지를 해상에 설치하는 ‘플로팅(Floating)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기 위해 삼성중공업(010140)·삼성물산(028260)과 손을 잡는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는 열 관리가 성능을 좌우한다. 오픈AI는 삼성과 함께 물 위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식으로 열 냉각 비용과 탄소 배출을 함께 줄이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SDS도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통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개발하고 운영하는 협업에 나서게 된다. 또 국내 최초로 오픈AI의 기업용 서비스를 판매하고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리셀러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나아가 삼성은 임직원들의 기술 개발과 혁신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오픈AI의 생성형 AI 서비스인 챗GPT를 사내 시스템에 도입하기 위한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SK텔레콤(017670)은 오픈AI와 국내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는 SK그룹은 오픈AI와 함께 서남권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동서를 연결하는 ‘AI 벨트’를 완성하게 된다.
업계는 삼성·SK와 오픈AI 협력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 칩 개발과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차세대 데이터센터 개발까지 AI 산업을 아우르는 협력이 글로벌 AI 생태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에서 강점을 가진 대한민국과 AI 기술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상호보완적 협력 모델은 글로벌 AI 리더십 동맹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