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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이 미국 알래스카에서 추진되는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본격 참여를 검토 중이다. 단순한 LNG 도입을 넘어 철강재 공급과 직접 투자까지 포함해 최종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태국·대만 등 아시아 주요 기업들이 이미 합류해 글로벌 협력 구도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10년 가까이 지연된 전력이 있는 만큼, 사업성 확보가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스 전시회 ‘가스텍(Gastech)’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사 글렌파른(Glennfarne)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향후 20년간 매년 LNG 100만 톤을 FOB(본선 인도) 방식으로 도입하고, 1300㎞, 42인치 규모의 파이프라인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또한 지분 투자자로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회사 측은 “이번 계약은 구속력 없는 의향서 단계”라며 “글렌파른 측이 제공할 사업 자료를 토대로 사업성·수익성을 면밀히 분석한 뒤 이사회 결의를 거쳐 최종 계약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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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에는 일본 JERA, 태국 PTT, 대만 CPC 등 아시아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이미 장기 공급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 초기 단계부터 안정적인 수요처가 확보되면서 프로젝트 추진 동력이 강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처가 확보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막대한 투자비를 어떻게 회수할지가 관건”이라며 “포스코의 합류는 한국 시장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에너지 안보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 28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Summit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추가 참여 여부를 가늠할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세계 정상과 글로벌 에너지 기업 CEO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이 프로젝트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경우, 새로운 투자자와 파트너십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APEC CEO Summit은 알래스카 LNG의 국제적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참여 기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아시아 기업들의 관심이 재확인된다면 사업 추진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적 지원도 변수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행정명령으로 알래스카 LNG 사업을 재추진한 바 있으며,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 확대와 LNG 수출 증대를 위해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APEC CEO Summit에 미국의 대형 에너지 기업들도 함께 참여할 것이라는 후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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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 외에도 다른 한국 주요 에너지·건설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참여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NG 장기 도입 등 장점은 크지만, 역시 사업성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1300km 파이프라인으로 앵커리지 인근 니키스키 항까지 운송해 액화·수출하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약 440억 달러(64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막대한 투자비 부담으로 10년 가까이 지연된 전력이 있다. 2010년대 초 처음 제안됐지만 수익성 부족과 투자자 확보 난항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야 다시 추진됐다. 지금도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과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LNG업계 한 관계자는 “검토는 계속 하고 있으며 결국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문제는 사업성”이라며 “사업성이 그나마 괜찮으면 다행인데 정치적 판단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