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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대모사, 나를 향한 호감의 표현이란 것 알았다”
‘신세계’, ‘관상’, ‘암살’ 등 이정재의 흥행작들에는 반드시 ‘명대사’가 존재한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정재의 걸걸한 목소리와 특유의 말투가 더해지면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평범한 대사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이정재만의 강력한 힘이다.
덕분에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이정재 성대모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배우, 개그맨들은 물론 걸그룹 멤버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영화 속 이정재의 대사를 흉내 냈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기도 하는 성대모사가 낯설게 느껴진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정재는 이것 또한 자신을 향한 애정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성대모사를 보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는 같이 즐기고 있다. 내가 출연했었던 영화의 대사를 따라하시는 건 그만큼 나에 대해 친밀감이 생겼다는 뜻인 것 같다. 관객들과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명대사도 있다. ‘신세계’에서 자신을 차로 위협한 이중구(박성웅)에게 던진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라는 대사다.
“만드는 사람의 의도와 관객들이 좋다고 느끼는 건 많이 다른 것 같다. ‘신세계’의 그 대사를 그렇게 따라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대사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가장 어려웠던 대사였다. ‘왜 대사를 이렇게 쓰지?’ 생각했었다. 제작자 분도 그 대사는 본인이 바꿔서 해도 된다고 했었는데 굳이 차선책의 대사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하게 됐던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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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객들의 대사를 기억하게 만든다는건, 그만큼 그의 캐릭터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캐릭터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는 이정재의 연기관이 대중에게도 통했다.
“연기자한테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분량이 량이 아니라 어떤 모습으로 어떤 감정을 전달하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주, 조연 가리지 않고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진하게 남은 캐릭터의 잔상이 좋은 영향만 끼칠 리는 없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배우에게 전작의 캐릭터는 곧 자신이 뛰어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아직도 “‘나는 언제쯤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생각 한다”는 이정재는 ‘신과함께’ 염라대왕을 뛰어넘을 또 다른 캐릭터를 예고하며 여전한 열정을 보였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캐릭터가 생기면 또 다른 작품, 캐릭터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당연히 염라가 가장 기억에 남으시겠지만 이후에 ‘사바하’가 개봉한다면 ‘사바하’의 목사가 더 기억에 많이 남도록 만드는 게 내가 할 일이다.들어야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사바하’에서는 껄렁껄렁한 목사로 나오는데 재미있는 캐릭터다. 굉장히 열심히 만든 작품이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