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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리뷰] "꿈이 아냐 현실이야" H.O.T.가 지킨 17년 전 약속

  • 이하나 기자
  • 2018-10-14 09:11:17
  • 가요
[콘서트리뷰] '꿈이 아냐 현실이야' H.O.T.가 지킨 17년 전 약속
/사진=솔트이노베이션

“TV를 보는 것처럼 이 순간이 실감나지 않는다”

10대의 이야기를 대변하던 다섯 멤버들이 어느덧 불혹이 되고, 그들을 향해 소리치던 소녀팬들은 어느덧 한 사람의 아내 혹은 누군가의 엄마가 된 시간. 무려 17년이라는 시간을 돌고 돌았지만 이들은 그때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13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H.O.T. 콘서트 ‘2018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2018 Highfive Of Teenagers)’가 열렸다. H.O.T.가 국내 가수 최초로 주경기장 무대에 오른 지 20년 만이자, 2001년 2월 27일 H.O.T.로서 마지막 무대에 오른지 17년 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있었나 싶을 만큼 팬들의 열기는 어마어마했다. 아침 일찍부터 야광봉, 우비 등 공식 굿즈를 사기 위한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지방과 해외에서도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공연을 보러 가는 아내를 아이와 함께 배웅하는 남편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무대에 오른 H.O.T. 멤버들은 시작과 동시에 ‘전사의 후예’, ‘늑대와 양’, ‘투지’, ‘더 웨이 댓 유 라이크 미(The Way That You Like Me)’ ‘아웃사이드 캐슬(Outside Castle)’, ‘열맞춰’, ‘아이야’ 등 히트곡 무대를 연이어 선보였고, 오랜 공백으로 인한 우려와 달리 이들은 녹슬지 않은 퍼포먼스를 펼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콘서트리뷰] '꿈이 아냐 현실이야' H.O.T.가 지킨 17년 전 약속
/사진=솔트이노베이션

멤버들에게도 팬들에게도 간절했을 “안녕하세요. H.O.T.입니다”라는 인사가 건네진 순간 장내는 17년간 쌓아 온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팬들의 큰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날 문희준은 “17년 만에 같은 장소를 너무 오래 돌아온 것 같다. 그때 그 공연장에서 내가 ‘저희는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17년 만이지만 그때 우리가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우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대부분 멤버들은 첫 인사부터 부담과 설렘이 공존하는 듯 쉽사리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저 수만 개의 야광봉이 만들어 낸 흰 물결을 응시하며 지금 이 순간이 마치 꿈처럼 실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을 뿐이었다.

20년 전에도 팬들 앞에서 자주 불렀던 강타의 ‘라이트 히어 웨이팅(Right Here Waiting)’부터 이재원이 JTL 시절 부른 ‘어 베터 데이(A Better Day)’까지 개인 무대를 마친 H.O.T.는 팬들에게 ‘고미사영(고마워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영원해요)’이라는 수식어를 남긴 ‘환희’로 본격적인 2부 공연을 알렸다.

흰색 슈트를 입고 등장한 H.O.T.는 팬들의 응원법에 맞춰 당시 안무를 재현했고, ‘너와 나’에서는 흰 풍선을 부는 다섯 멤버의 영상 뒤로 함께 풍선을 불고 있는 팬들의 모습도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이 노래는 몇 번을 불러도 울컥한다”는 강타의 말처럼, ‘너와 나’를 부른 멤버들은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 듯 이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장우혁은 “무대 위에서 여러분을 보는 게 실제인지 TV를 보는 건 지 헷갈릴 정도로 너무 감격스럽다. 17년 후인데도 (이럴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재원 역시 “이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다시 섰다. 정말 꿈만 같다”고 말했다.


문희준은 “9월 18일, 2월 27일, 9월 7일 항상 기념일마다 여러 분들이 꼭 우리에게 상기를 시켜주셨다”라며 “벌써 17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지금은 작년에 만났다가 다시 만난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토니안은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는데 막상 서 있으니까 말이 잘 안 나온다”라며 “여러분 얼굴만 계속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들의 맹세’가 흘러나온 순간 팬들은 ‘기다렸어 H.O.T.’가 적힌 슬로건을 흔들며 완전체로 돌아온 이들을 반겼다. 이와 함께 무대 쪽에서는 수천 개의 하얀 풍선들이 공중으로 날아가며 잠실벌 하늘을 수 놓았다.

[콘서트리뷰] '꿈이 아냐 현실이야' H.O.T.가 지킨 17년 전 약속
/사진=솔트이노베이션

H.O.T.가 공연장 뒤편에 마련된 보조무대에 올라 ‘캔디’와 ‘행복’을 열창하는 순간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모자, 장갑 등 당시 전국적으로 유행을 일으켰던 20년 전 ‘캔디’ 의상을 그대로 재현에 환호를 자아내기도 했다.

H.O.T.는 ‘내가 필요할 때’ 무대에서는 준비된 이동 카트에 한 명씩 타고 공연장을 한 바퀴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공연장 규모가 커서 잘 보지 못했던 2, 3층 팬들을 위한 배려였다.

장우혁은 “여러분들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오히려 우리가 받은 것 같다”라며 “팬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칠 때마다 우리가 공연을 하고 있구나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강타는 “너무나 간절히 우리 다섯 명이 한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사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백퍼센트는 믿지 않았다”라면서 “그런데 정말 간절히 바라니까 되더라”고 벅찬 심정을 드러냈다.

연신 “고맙다”, “사랑한다”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H.O.T.는 ‘위 아 더 퓨처(We Are The Future)’, ‘고(GO)!H.O.T.’, ‘캔디’, ‘빛’을 부르는 것으로 이날의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멤버들 역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빛’ 후렴구를 여러 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17년의 긴 기다림이 무색할 만큼, 3시간여의 공연은 마치 꿈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만, H.O.T.는 ‘#2019’라는 문구나 “다섯 명의 음악이 발표될 그날이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토니의 언급 등으로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니라는 희망을 품게 했다.

이날 공연에서 H.O.T.는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팬들은 지금에라도 용기를 내고 다시 모여준 멤버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했다. “오늘 공연이 H.O.T.의 한 페이지를 써나가는 순간인 것 같다”는 이재원의 말처럼 여전히 H.O.T.와 팬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편 H.O.T.는 14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2018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2018 Highfive Of Teenagers)’ 콘서트를 이어간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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