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이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시’에서 연출부로 활동하며 내공을 쌓은 이종언 감독이 ‘생일’의 연출을 맡았다.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이종언 감독이 2015년 안산으로 내려가 봉사활동을 펼치며 직접 겪고 느낀 것을 담아낸 영화.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처음에 ‘생일’ 출연을 결정하기가 무서웠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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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굉장히 많은 생각이 오고 갔지만,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생일’의 시나리오 앞으로 가 있었다. 영화 공개를 앞두고선 “걱정이 되어서 잠을 한 숨도 못 잤다”고 고백했다.
“망설였던 지점은 세월호라는 소재가 무서웠어요. 다가가기 엄두가 안 났죠.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그런 부담감을 뛰어넘을 만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그래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선택하게 됐어요.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포인트는 이야기 자체가 살아가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란 점이었어요.”
영화의 제목인 ‘생일’은 사랑하는 사람이 태어난 ‘생일’ 그 날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단어 뜻 그대로 남아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날’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전도연은 극중에서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았다. ‘생일’ 촬영을 하면서는 잘 때 끙끙 앓을 정도로 감정 소모가 심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는 ‘후회’ 했을 것 같다며 자신의 용기 있는 선택에 지지를 보냈다.
“솔직히 말하면, 세월호 사건이 있었을 때 모든 국민이 무기력함에 빠졌잖아요. 바로 눈 앞에서 뉴스를 봤을 때만 해도 ‘전원구조 되겠지’ 라고 한치의 의심도 없었는데, 그렇지 않았잖아요. 그런 무기력함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를 할 수 없었어요. 미안함 때문에 외면했는지도 모르겠어요. ”
“예전보다 관심을 갖고 보게 되겠지만, 제가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게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뭔가 달라지거나 끝난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생일’이란 작품을 하면서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는 느낌입니다. 외면하지 않고 바로 대면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 때 저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위로받고,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 ‘그 아픔을 딛고 다시 잘 살아보자’ 하는 힘이 생길 수 있는 영화 ‘생일’은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