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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기어가는 벌레도 집이 있는데 내 집 하나 장만하겠다고... 다른 사람들 600억보다 나는 6천만 원이 더 소중한 돈입니다‘
‘PD수첩’은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이금옥 씨를 만났다. 그는 가슴을 두드리며 통곡했다. 쉬는 날 우연히 들어간 분양홍보관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계약금, 조합업무대행비만 내면 지역주택조합아파트는 주변 분양가보다 30% 저렴했다. 베란다 확장, 가전제품 빌트인까지 추가 금액 없이 모두 해준다는 말에 그는 전 재산을 내고 가입했다.
이금옥 씨는 드디어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행복한 꿈에 부풀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꿈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이수건설의 공사도급계약 해지, 지주조합원 해산총회로 ‘중화 2지역주택조합’이 해산되고 만 것. 이금옥 씨는 대한토지신탁에 남은 분납금이라도 돌려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했다. 분양홍보관에는 ‘가칭 중화지역주택조합’으로, 외부계약서에는 ‘중화2지역주택조합’으로 두 개의 이름이 동시에 사용됐는데, 이금옥 씨가 가입된 ‘가칭 중화지역주택조합’은 조합설립도 되지 않은 무허가 유령지역주택조합이었다. 지자체를 상대로 항의를 했지만 소용없었고,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역주택조합은 주민이 조합을 만들어 땅을 사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일종의 아파트 공동구매다. 재개발, 재건축 정비 구역으로 지정됐다가 경기침체로 사업이 지지부진해 개발 계획이 해제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주택조합이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어떠한 법적 규제도 할 수 없다. 이러한 법망을 이용해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385개(연평균 77개)의 주택조합이 설립됐고, 같은 기간 약 12만 세대(연평균 2.4만 세대, 사업계획승인 기준)가 공급되는 등 전체 주택공급의 상당 부분(전체 아파트 인허가 대비 4.8%)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 조합 가입요건 완화와 함께 2015년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연 20건 내외이던 주택조합 설립 건수는 2015년~2018년 동안 연 90건으로 급증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지역주택조합의 대도시 성공률은 5%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애초에 싼 값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지역주택조합을 선택하지만 95%는 아파트를 지어보지도 못하고 실패로 끝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실패했을 때의 모든 부채는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제도 자체를 없애야 서민들의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주택자의 꿈을 짓밟는 지역주택조합의 허점을 낱낱이 취재한 MBC ‘PD수첩 ? 지역주택조합의 위험한 곡예, 공중분양’은 오늘(16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
/김주희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