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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엿새 만에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가운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지난주 비무장지대에서 북측과 접촉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특히 이번 접촉에서 북한 당국자가 매우 조만간 북미 협상 재개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새벽에 있었던 탄도미사일 발사도 북한의 계산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로이터·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NSC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23∼24일 방한에 동행한 NSC 당국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사진 전달을 명분으로 비무장지대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NSC 고위 당국자라고 표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 기념품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측 당국자가 미 NSC 당국자에게 매우 조만간 북미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측은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논의를 중점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NSC 당국자가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후커 보좌관은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이끈 미측 실무협상팀의 멤버였고 판문점 회동 전날 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헬기로 판문점을 방문, 북측 인사와 경호 및 동선 등을 논의하는 등 북미 협상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볼턴 보좌관 방한 당시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후커 보좌관이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실무협상 재개 시한을 훌쩍 넘기며 북미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북미 간 접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의 김정은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여러분도 봤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북미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여러분에게 말할 수 없다”고 밝혀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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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간 접촉으로 실무협상이 임박한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북한은 31일 새벽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했다. 지난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도반도 일대에서 KN-23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고도 50여㎞, 사거리 600㎞)을 발사한 지 엿새 만의 도발이다. 당시 북한은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동맹 19-2’를 문제 삼으며 무력시위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690여km였던 점을 고려할 때 남한 전역뿐만 아니라 사세보 기지 등 주일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을 압박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35A 2대에 대한 대응을 위해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과 관련 “과거와는 조금 다른 제원으로 식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1일 한국의 F-35A 도입에 대해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분야합의에 정면 도전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북한이 한국시간 31일 발사체 수 발을 발사한 데 대해 ‘미사일 발사’로 규정하며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