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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는 후임자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 된 17일 “국민과 대통령께 고마운 마음이 제일 크다”며 “더 잘 하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계속 그것만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로비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 후보자 지명에 따른 소감을 청하자 이 같이 답했다.
이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총리 인사를 발표하면서 “총리님이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그게 경찰 용어로 훈방한다는 표현”이라는 농담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또 이 총리는 이번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언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들었는지 질문하자 “어제 조례 회동 직후 저에게 말씀해주셨다”며 “대통령께서 내일 직접 발표하시겠다. 총리님도 이제 자기의 정치 할 때 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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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거취 질문에 “좀 봅시다”
향후 행보와 역할에 대한 질문에도 구체적이진 않지만 답을 내놓았다. 이 총리는 “좀 봅시다”라며 “제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온당한 거 같지 않다. 당의 생각도 있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 총리는 “후임 총리님의 임명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것을 조금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제가 먼저 그런 과정도 보지 않고 후임 총리님의 임명 과정도 지켜보지 않고 당의 총선 준비도 듣지 않고 먼저 말하는 건 저 답지 않다”고 덧붙였다.
당내 역할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며 “호사가들의 이야기일지 몰라도 저나 (이해찬) 대표나 청와대는 그런 이야기까지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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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낙연’ 띄워준 문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정 의원을 지명한 이날은 내년 총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날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직접 후임 총리를 공개하면서 총리 교체 배경의 하나로 ‘이 총리 자신의 정치를 위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현재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이 총리의 향후 정치 행보에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리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복귀 의사를 계속 내비쳐왔던 만큼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이 총리가 ‘정치인 이낙연’으로 다시 옷을 갈아입은 후 정계 복귀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당내 구체적 역할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 총리가 어떤 역할을 맡는 게 당에 가장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시나리오는 당장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다. 이럴 경우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맞대결 구도가 펼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큰 그림에서 이 총리가 전국적인 민주당 지지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하면서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를 통해 당내 입지를 다진 후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