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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업체의 공세에 쿠팡이 적자 전환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분기 매출액이 사상 처음 9조 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나고 7개 분기 만에 순손실을 냈다. 럭셔리 플랫폼 ‘파페치’를 무리하게 인수한 것도 실적 부진의 주원인으로 지적됐다.
쿠팡의 미국 상장 모기업 쿠팡Inc는 7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장 마감 후 이 같은 내용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쿠팡의 1분기 매출액은 9조 4505억 원(71억 14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28% 늘어났다. 쿠팡 분기 매출액이 9조 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531억 원(4000만 달러)을 기록해 전년 동기(1362억 원) 대비 61% 감소했다. 쿠팡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2년 3분기에 첫 분기 영업 흑자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318억 원(2400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2022년 2분기 952억 원 순손실 이후 7분기 만에 처음 적자 전환했다. 쿠팡이 1분기 1300억~15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던 미국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실적을 어닝쇼크로 받아들였다.
◇알·테 공습에 파페치 ‘쇼크’까지 겹악재=쿠팡이 적자를 낸 가장 큰 원인으로는 올해 1월 인수 완료해 1분기 처음으로 실적에 반영된 파페치였다. 쿠팡에 따르면 파페치로 인한 이번 분기 영업손실만 1269억 원(9300만 달러)에 달했다. 파페치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한 1800억 원가량을 거둘 수 있었는데 무리한 인수합병(M&A)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번 쿠팡 실적과 관련해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우려하던 중국 직구 플랫폼의 영향력은 쿠팡 실적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영업이익 하회와 순손실 대부분은 파페치를 실적에 연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은 파페치 관련 질문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이에 대해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파페치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며 “연말까지 연간 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흑자에 근접하도록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파페치가 편입되면서 ‘성장 사업’의 조정 에비타 손실은 올해 7억 50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파페치 인수 후폭풍으로 성장 사업의 연간 에비타 손실만 무려 1조 원에 달하는 것이어서 당분간 매 분기 쿠팡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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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투자로 ‘반전’ 시도=쿠팡은 적극적인 투자 전략으로 1분기 실적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 침투한 중국 e커머스에 경계감을 드러내며 쿠팡의 우위를 확고히 하겠다고 선포했다. 김 창업자는 “중국 커머스 업체들의 진출로 유통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쿠팡은 최고의 상품군과 가격,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는 쿠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기업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는 “한국 제조 업체와 중소기업이 쿠팡의 로켓 인프라를 통해 더 향상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한국산 제품의 구매 및 판매 금액을 지난해 130억 달러(17조 원)에서 올해 160억 달러(22조 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싸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 e커머스 제품에 대응해 우수한 한국산 제품 투자를 늘려 품질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다. 쿠팡의 핵심 경쟁력인 물류 투자와 관련해서도 김 창업자는 “향후 몇 년간 수십억 달러의 자본 투자를 지속해 풀필먼트 및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며 “배송 속도를 높이면서 도서 산간 지역 등 오지까지 무료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은 2026년까지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경북 김천, 광주 등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운영하고 2027년까지 전 국민 5000만 명 대상으로 로켓 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이용료 인상으로 논란이 된 ‘와우 멤버십’ 혜택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무료 배송 및 반품 서비스, 와우 전용 할인 등 30억 달러(4조 원) 이상의 와우 멤버십 혜택을 제공했다”며 “올해는 이러한 멤버십 혜택을 더욱 확대해 고객에게 40억 달러(5조 5000억 원) 이상의 와우 관련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지난달 12일 와우 멤버십 월 이용료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해당 서비스 비용 증가는 4월부터 적용돼 이번 1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