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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9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작전, 한강로3가의 괴물’ 편으로 지난 2009년 겨울, 한강로3가 재개발 지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참사에 대해 되짚어보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풀리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의혹은 무엇인지 추적해본다.
▲ 2009년 겨울,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
“물포 있는 거 다 쏴! 물포 빨리 쏴! ”
다급한 무전기 소리, 전쟁터 같았던 현장. 동틀 녘 새벽 시커먼 연기가 서울 시내 한복판을 뒤덮었을 때, 그 화마 속에 故 김남훈 경사가 있었다. 택시를 운행하던 김권찬 씨는 그 끔찍한 참사 현장에 아들인 김남훈 씨가 있는 줄도 모르고, 무심코 지나쳤던 그 순간을 10년이 지나도록 잊지 못하고 있다. 건장한 특공대 청년이 불에 탄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아버지는 10년 동안 단 하나의 의문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다. “우리 아들은 왜 죽었나? 누가 우리 아들을 죽였나?”
김남훈 씨가 화마에 쓰러져가던 그 현장에 이충연 씨와 그의 아버지인 故 이상림 씨도 함께 있었다. 살기로 가득한 현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 소리가 망루를 뒤덮었고, 이충연 씨는 살기 위해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정신을 잃었던 이충연 씨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누군가는 그를 ‘살인자’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그를 ‘공권력의 피해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무엇보다 그를 괴롭혔던 건 일흔이 넘은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창밖으로 뛰어내렸다는 죄책감이었다.
10년 전 용산4구역, 세입자들이 농성중이던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전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참사가 발생했다. 5명의 세입자와 1명의 경찰특공대원이 사망한 유래없는 사건.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다는 대법원 판결로 용산참사의 법적 공방은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진압과정의 총 책임자였던 김석기 前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월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희생자 유가족에게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사의 가해자’로 판결 받았던 세입자들의 유족들에게 ‘적법한 공무집행’을 했다는 경찰의 수장이 왜 사과표명까지 언급한 것일까? 전,현직 경찰수장들의 엇갈린 반응. 최근 경찰 과거사 재조사위에서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은 과연 무엇일까?
▲ ‘변경된 계획’, 비극은 예고되어 있었다.?
용산참사가 발생하기 하루 전. 경찰 지휘부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농성 진압을 계획했다. 애초에 계획한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게다가 특공대원들은 농성장 곳곳에 시너와 휘발물질이 퍼져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 생존을 걸고 싸우는 농성자들로 인해 망루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경찰 지휘부의 무전은 쉴새 없이 진압을 명령했다. 끔찍한 참사 이후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사건 두 달 뒤 경찰지휘부의 상당수는 일괄적으로 승진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그 날 현장에 있었던, 전,의경, 경찰특공대원, 소방대원들의 제보와, 3000페이지 분량의 수사 기록, 경찰 내부 문건을 입수해 숨겨져 있던 그날의 진실을 파헤쳐본다. 제작진은 이 문건을 통해 그 당시 경찰이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했던 정황들을 포착했다. 참사 직후, 그들은 무엇을 감추려고 했나. 10년 동안 드러나지 못했던 비밀은 밝혀질 수 있을까.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